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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구이야기

[발리볼 포커스] 외인 감독 열풍 부는 한국배구, 바람이 휩쓴 자리에는 무엇이 남을까?

배구이야기가 특별기획으로 준비한 발리볼 포커스 시간에서는 외국인 감독 열풍을 일으키는 

한국배구가 바람이 휩쓴 자리에 무엇이 남고 있는지를 살펴보고 한국 프로배구 V리그 무대에 

거센 외풍(外風)이 불고 있는 이유를 발리볼 포커스에서 다시 한번 살펴봅니다. 

 

한국 프로배구 V리그에 거센 외풍이 불고 있습니다. 

 

다가오는 2024~2025시즌 남녀부 14개 팀 가운데 6개 팀이 외국인 감독에게 지휘봉을 먼저 

맡깁니다. 역대 최다입니다. 남자부가 특히 많습니다. 대한항공과 OK금융그룹, 현대캐피탈, 

KB손해보험, 우리카드 5개 팀입니다. 여자부는 비교적 적습니다. 지난해 2개 팀에서 올해 

흥국생명 1개 팀으로 줄었습니다. 대표팀까지 시선을 넓히면 이런 양상은 더 극명해지는 

만큼 최근 남녀 국가대표 모두 외국인 사령탑을 선임했습니다. 이로써 16개 팀 중 8개 팀. 

한국 배구 절반이 외국인 지도자와 함께 합니다. 약일까요? 독일까요? 

 

외인 감독 강세 보인 남자부 

V리그 남자부 외국인 사령탑 시초는 이탈리아 출신 배구 지도자 로베르토 산틸리 감독입니다. 

2019~2020시즌 종료 후 대한항공 조종대를 잡았습니다. 산틸리 감독 부임과 동시에 

대한항공은 고도를 높였습니다. 전 시즌 정규리그 2위의 아쉬움을 딛고 2020~2021시즌 구단 

역사상 첫 챔피언결정전 통합우승의 대기록을 달성했습니다. 산틸리 감독과 1년 동행을 마친 

대한항공은 후임자로 핀란드 출신 배구 지도자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을 택했습니다. 

틸리카이넨 감독 체제에서도 대한항공의 날개는 접힐 줄 몰랐습니다. 지난 2023~2024시즌 

4년 연속 챔피언결정전 통합우승에 성공했습니다. 

 

OK금융그룹도 최근 외국인 감독 선임으로 웃었습니다. 만년 중하위권 이미지가 강했던 

OK금융그룹은 2023년 팀 분위기에 변화를 주고자 일본 출신 배구 지도자 오기노 마사지 

감독을 영입했습니다. 오기노 마사지 감독은 부임 첫해인 2023~2024시즌 곧바로 성과를 

냈습니다. 전 시즌 정규리그 5위에 그친 팀을 이끌고 8년만에 챔피언결정전 진출 티켓과 

창단 첫 구미 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 남자부 우승 트로피를 손에 넣었습니다. 

 

구단에서는 '두 가지'에 주목한다. 

대한항공에 이어 OK금융그룹까지 수혜를 입자 남자부에서는 너도나도 외국인 사령탑을 찾는 

모양새입니다. 다가오는 2024~2025시즌 외국인 감독에게 지휘봉을 맡기는 남자부 구단이 

3개 팀 더 늘었습니다. 현대캐피탈, KB손해보험, 우리카드입니다. 각각 프랑스 출신 필립 

블랑 감독과 스페인 출신 미겔 리베라 감독, 브라질 출신 마우리시오 파에스 감독과 새 시즌을 

맞습니다. 이로써 남자부 7개 팀 중 5개 팀이 외국인 지도자와 함께합니다. 

 

이들이 외국인 감독 선임으로 기대하는 바는 크게 두 가지로 추려집니다. 우선 색안경 없는 

선수 기용입니다. 이와 관련해 한 구단 관계자는 "외국인 감독은 선수를 편견 없이 보기 때문에 

그간 경기에 나서지 못한 인원도 기량을 펼칠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했습니다. 외국인 감독은 

선수 평가에 있어 과거 활약상, 나이, 출신 대학 등을 크게 따지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대신 

이들은 자신의 배구 철학과 맞는 선수를 찾고자 기존 주전급 외에도 여러 인원을 테스크합니다. 

그 과정에서 다양한 공격 조합이 맞춰지게 되고 이는 특히 장기 레이스인 정규리그에서 큰 힘을 

내고 있습니다. 

 

이미 모범 사례가 있습니다. 토미 틸리카이넨 감독 부임 이후 남자 프로배구 인천 대한항공 점보스 

배구단은 정한용, 이준, 임동혁 등 젊은 선수들이 꾸준히 기회를 얻으면서 더블 스쿼드를 

완성했습니다. 그 결과 2023~2024시즌 대한항공은 에이스 정지석의 시즌 초반 부상 이탈과 한 

시즌 두번의 외국인 선수 교체에도 불구하고 흔들림 없이 침착하게 정상에 오르면서 V리그에 새 

역사를 쓰게 되었습니다. 

 

두번째로는 구단 내외부적인 분위기 환기가 꼽힙니다. 그간 '닫힌 리그'로도 불린 V리그에는 지도자 

풀이 넓지 않다는 아쉬움이 있었습니다. 서로 번갈아 가면서 팀을 맡는 수평 이동 내지는 프로와 

대학 무대를 오르내리는 수직 이동이 사실상 전부였습니다. 그렇기에 외국인 감독 선임은 그 자체로 

팬들에게 신선한 바람을 일으킬 수 있으며, 같은 맥락에서 외국인 감독 선임은 선수단의 내적 동기를 

끌어올리는 역할도 가능합니다. 이에 대해 한 구단 관계자도 "기존과 다른 (외국인 감독만의) 훈련 

방식으로 선수들에게 새로운 동기부여를 줄 수 있다"고 내다봤습니다. 이런 이유들은 구단으로 

하여금 비슷한 조건이라면 국내 지도자보다 외국인 감독 쪽에 더 눈길이 가게 합니다. 

 

선진 배구 도입으로 체질 개선 기대 

넓게 봤을 때 V리그에 외국인 감독이 많아지면 한국 배구 체질 개선에도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한국에 몰려오는 외국인 감독들은 대부분 국제무대와 해외리그에서 검증을 마친 자원이지만 

이들이 그간 축적한 노하우는 리그와 대표팀을 아울러 한국 배구 전체에 자양분이 될 수 

있습니다. '오기노 매직'을 대표적 예로 들 수 있지만 일본 무대에서 잔뼈가 굵은 오기노 마사지 

감독은 한국 프로배구 V리그에 처음으로 입성한 이후 팀에 자국 특유의 스피드 배구(여러 선수가 

득점에 가담하는 방식)를 심었으며, 그와 동시에 오랜 시간 한국 프로배구에서 주류를 꿰찬 

몰아주기식 배구(외국인 선수에게 공격을 일임하는 방식)는 덜어냈습니다. 

 

그간 몰아주기식 배구는 한국 배구계의 딜레마였습니다. 성적으로 평가받는 지도자 입장에서 

외국인 용병의 탁월한 득점력은 뿌리치기 힘든 유혹입니다. 그러나 외국인 공격수에게만 

의존하다간 토종 선수 성장이 가로막히는 문제가 생깁니다. 이는 비단 외국인 선수와 

직접적으로 경쟁해야 하는 아포짓 스파이커 자리에만 극한된 얘기가 아닙니다. 외국인 용병 

공격 비중이 압도적인 팀에서는 남은 선수들의 역할이 한정적일 수밖에 없지만 외국인 

공격수의 '한 방'을 위한 명품 조연이 최선입니다. 그러다 보면 국내 선수들은 자연히 현대 

배구 트렌드인 스피드 배구와 점점 멀어지게 됩니다. 

 

V리그 안에서 이런 흐름이 계속 이어지면 국제 대회 성적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최근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 사령탑으로 부임한 페르난도 모랄레스 감독도 지난 4월 열린 신임 감독 

기자회견에서 "국제 대회에서 성공적으로 경기를 해내기 위해서는 모든 공격자원이 다 가용 

돼야 한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결국 대표팀 선수라 할지라도 대부분의 훈련은 리그에서 

소화하지만 리그에서 먼저 스피드 배구 스타일을 길들이지 않으면 대표팀에서도 적응하기 

쉽지 않습니다. 

 

만능주의는 경계해야 

앞서 외국인 감독 선임과 관련한 여러 긍정적 측면을 확인했습니다. 그러나 문마다 열쇠 구멍이 

제각기 다르듯, 외국인 지도자를 '만능'으로 여기는 것 역시 경계해야 할 태도입니다. 지난 시즌 

페퍼저축은행의 경우만 봐도 그렇습니다. 미국 출신 배구 지도자 조 트린지 감독 체제에서 

페퍼저축은행은 V리그 여자부 최초 23연패 불명예 기록을 작성했습니다. 물론 개인사정으로 

갑작스럽게 팀을 떠난 미국 출신 재미교포 아헨 킴 감독을 대신해 개막 직전 급히 투입된 

측면도 고려해야겠지만 구단이 이렇게까지 무너진 사실에 대해선 그도 지도자로서 책임을 

피하기 힘듭니다. 

 

애초 조 트린지 감독의 자질이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시선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는 V리그에 

처음 왔을 때만 해도 페퍼저축은행을 '만년 꼴찌'에서 벗어나게 해줄 인물이란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2013년부터 2016년까지 미국 여자배구대표팀 분석관과 

코치로 일하며 2014년 세계여자배구선수권대회 우승과 2015년 그랑프리 세계여자배구대회 

1위, 2016년 리우올림픽 여자배구 동메달 등을 경험하고 2021년에 북중미선수권대회 미국 

여자배구대표팀 사령탑까지 역임했습니다. 그럼에도 결국 그는 페퍼저축은행의 열쇠가 되지 

못했습니다. 이는 화려한 경력을 가진 외국인 감독이라 할지라도 V리그에서 무조건 통하는 건 

아니기 때문에 이 여파로 남자부와 달리 여자부에서는 한동안 외국인 감독 선임이 조심스러울 

전망입니다. 

 

그 가운데 일각에서는 지도자의 국적을 논하는 것 자체가 어불성설이라는 목소리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현역 시절 외국인 감독과 호흡을 맞춘 한 선수는 "옆에서 지켜본 결과 요즘은 국내 

지도자들도 공부를 정말 많이 하는 추세다. 가르침 받으면서 지도력 자체는 국내 지도자나 

외국인 지도자나 똑같이 좋다고 느꼈다. 양쪽 간 실력에 차이가 있다기보다는 추구하는 

스타일이 서로 다르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그는 "중요한 건 구단마다 

필요한 감독상이 다를 수 있다는 사실이다. 남자부, 여자부에 따라서도 갈릴 수 있다. 

팀적으로 부족한 부분을 잘 메꾸기 위해서 지도자의 국적에 시선을 두기보다 감독 고유 

성향을 살피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 성적을 내는 데 있어서 꼭 외국인 감독 선임만이 

정답은 아닌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거센 외풍이 남길 숙제, 국내 지도자 육성 

한바탕 거센 외풍이 불고 나면 큰 숙제 하나가 남을 예정입니다. 전술한 "외국인 공격수에게만 

의존하다간 토종 선수 성장이 가로막히는 문제가 생긴다"는 논리는 지도자 차원에서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습니다. 외국인 감독이 늘면 그만큼 국내 지도자들이 설 자리도 좁아집니다. 외국인 

감독들은 자신과 손발을 맞출 코치도 해외에서 함께 데려오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럼 더 기회가 

줄어듭니다. 

 

단순히 국내 지도자들의 일자리와 생계를 걱정해야 한다는 얘기가 아닙니다. 불어오는 바람은 

기분 좋은 시원함을 동반하지만 멈추지 않고 계속되면 불편함을 낳습니다. 지금 상황이 

그렇습니다. 현재로선 외국인 감독 선임이 한국 배구계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부인하기 어렵습니다. 아직은 좀 더 선진 배구를 접할 필요가 있습니다. 그렇지만 평생 함께할 순 

없는 노릇입니다. 언젠간 자립해 '한국만의 배구'를 꾸려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선 미리 국내 

지도자들이 성장할 기반을 닦아놔야 할 것입니다. 첨예할 문제이지만 한국에 몰리는 외국인 

사령탑. 그 명과 암을 모두가 함께 고민할 시간입니다. 

 

배구이야기가 특별기획으로 준비한 발리볼 포커스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