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볼 대기획이 준비한 화제의 발리볼 시간에서는 지난해 12월31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한국전력 VS 우리카드전 경기 도중 열린 최석기 선수
은퇴식 현장에서 '배구 순정남'의 아쉬운 퇴장으로 16시즌간 한국 프로배구 V리그 코트에서 몸을
담았던 서울 우리카드 우리WON 프로배구단의 레전드 미들블로커 배구스타 최석기가 우리카드
팬들과 서울의 배구팬들에게 전하는 마지막 인사와 제2의 배구인생을 시작하는 그의 화려하고
감동적인 은퇴식을 화제의 발리볼에서 다시 한번 살펴봅니다.
화려하고도 감동적이었습니다. '아버지' 최석기에게도, '아들' 최로하에게도 잊지 못할 은퇴식은
해피엔딩으로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수원 한국전력 빅스톰 배구단과 서울 우리카드 우리WON 프로배구단의 도드람 2024~2025 V리그
남자부 3라운드 마지막 경기가 열리는 지난해 12월31일 저녁 서울 장충체육관. 이날 경기장에는
반가운 얼굴이 등장했습니다. 한국전력의 전신인 舊 KEPCO45의 창단 멤버이자 지난 시즌을
마지막으로 서울 우리카드 우리WON 프로배구단을 떠나 제2의 배구인생을 시작하는 배구스타
최석기가 바로 그 주인공이었습니다.
최석기가 이곳을 찾은 것은 다름 아닌 자신의 은퇴식을 위해 서울 장충체육관 프로배구 코트를
찾았습니다. 최근 일본에서 지도자 연수를 받고 있는 배구스타 최석기는 크리스마스와 새해를 맞아
잠시 한국에 입국했을 때 우리카드에서 선뜻 그의 은퇴식을 열었습니다. 팀의 주장으로서 묵묵히
헌신한 이에 대한 감사 표시이자 보답하는 목적으로 서울 우리카드 우리WON 프로배구단이
홈경기장인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최석기 선수 은퇴식 행사를 열게 된 것입니다.
이로써 최석기는 우리카드 사상 첫번째 은퇴식 주인공이 됐습니다. 은퇴식이 끝나고 그는 "구단에서
선뜻 은퇴식을 먼저 열어주겠다고 한다는 소식에 나도 놀랐다. 선수가 자신의 은퇴식을 가질 수
있는 게 쉬운 일이 아니다. 정말 영광스럽고 구단에 너무 감사하다"고 은퇴 소감을 전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내는 놀라서 울기까지 했다. 선수라면 누구나 은퇴식을 꿈꾼다. 하지만 혼자만의 바람으로
할 수 없다. 결국 구단의 결정이다. 그런데 구단에서 먼저 이렇게 해준다고 하니 와이프가 크게 감동했다.
'오빠가 우리카드에서 쏟아왔던 게 헛되지 않았다'며 눈물을 글썽이더라"고 전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구단에서 공식적으로 특정 선수의 은퇴식을 열어주는 것은 흔한 일이 아닙니다. 그렇지만
먼저 박철우(前 한국전력), 여오현(前 현대캐피탈), 정대영(前 GS칼텍스), 한송이(前 정관장) 등 소위 말하는
'레전드'만 누릴 수 있는 특권에 가깝습니다. 이 가운데 우리카드는 구단 사상 첫 은퇴식의 주인공으로
최석기를 선정했습니다. 그만큼 팀에서 최석기의 입지가 단단했다는 것으로 풀이할 수 있는 만큼 그가
우리카드 배구단 중 가장 먼저 첫 은퇴식의 주인공이 됐습니다.
최석기는 지난 2019년 6월 우리카드에 처음 합류하여 지난 시즌까지 총 5시즌을 뛰었습니다. 1986년생으로
적지 않은 나이였지만 이적 후에도 그의 손끝은 여전히 날카로웠습니다. 하지만 더 이상 말을 듣지 않는
무릎이 문제였습니다. 그는 서울지방병무청에서 신검을 받은 결과 '무릎이 좋지 않은 운동 선수는 병역
복무가 불가능하다'는 국방부와 병무청의 판단에 따라 아쉽게도 병역면제를 받았으며, 4시즌간 억지로
참아가면서 경기를 뛰었지만 마지막 시즌인 2023~2024시즌에는 결국 단 한 세트도 코트에 오르지 못해
팬들에게 아쉬움을 남겼습니다.
그러나 팀에서 존재감만큼은 여전했습니다. 지난 시즌 최석기는 주장 완장을 차고 경기장 안팎에서
끊임없이 선수들을 격려했으며, 비교적 어린 선수들이 많은 우리카드에서 팀 중심을 잡는 대들보 역할을
제대로 했습니다. 리빌딩 단계였던 우리카드가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한 것, 보이지 않는 곳에서 최석기의
몫도 분명 있었으며, 최석기는 선수 생활을 하면서 수많은 일을 겪었고, 그가 처음 몸을 담았던 프로배구
수원 KEPCO45 시절 25연패의 굴욕을 맛봤습니다. 그리고 KEPCO 빅스톰 시절 당시 25연패의 굴욕을
맛봤습니다.
최석기는 "선수 생활하면서 수많은 일을 겪었다. KEPCO 시절 두 차례씩 25연패의 굴욕을 맛봤고,
트레이드와 계약해지, FA 등등 정말 다 해봤다. 나만큼 선수 생활이 굴곡진 선수는 없을 것이다. 그게 내
자산이자 교훈이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바탕으로 우리카드에서 후배들에게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보여줬다. 구단에서도 그런 부분을 높게 평가해 은퇴식을 열어주지 않았나 싶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선수는 경기에 뛸 때가 가장 아름답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더라도 어떻게 하면 빛날 수 있는지를
내가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주장인데도 함께 경기장 안에서 뛰지 못한 마지막 시즌이 아쉽지만 그래도
후배들과 팀을 위해 모든 것을 쏟아부었다고 자신할 수 있다"고 힘줘 말했습니다.
이날 최석기는 선수 때 입은 유니폼을 착용하고서 팬들에게 작별인사를 전했습니다. 정장을 입는 것이
일반적인 사례입니다. 그는 "아들이 나를 따라 배구선수의 길을 걷고 있다. 아빠가 어떤 사람이었는지
아들에게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했으며, '아버지' 최석기의 특이하지 않은, 특별한 선택이었습니다.
은퇴식이 끝나고 최석기는 일부 지인과 체육관 인근 식당을 찾아 저녁식사를 했습니다. 집착에 가까운
몸 관리로 늘 정해진 식단만 먹는 까닭에 그는 한참 길을 해매기도 했습니다. "장충은 처음 오는
거라서"라는 변명이 웃기면서도 대단하게 느껴졌습니다. 5년 동안 우리카드에 있으면서 외출조차
하지 않았다는 얘기. 식당 안에는 또 다른 특별한 손님들이 있었습니다. 한국전력 배구단 서포터즈들이
이날 최석기 선수를 만나기 위해 특별 손님으로 등장했습니다.
그들은 식당에 들어선 최석기를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비록 우리카드 소속으로 은퇴했더라도
한국전력에서의 헌신을 잊지 않겠다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최석기는 지난 2008년 프로배구 남자부
신인 드래프트에서 2라운드 6순위로 수원 KEPCO45에 입단하여 2015년까지 한국전력에서 센터로
활약하고 2015년부터 인천 대한항공 점보스로 이적하다가 2018년부터 친정팀 수원 한국전력 빅스톰
배구단으로 복귀한 이후 이듬해인 2019년 서울 우리카드 우리WON 프로배구단으로 이적했습니다.
최석기는 "2024년의 마지막 날에 그것도 한국전력 선수들 앞에서 은퇴할 수 있어서 놀라웠다. 내가
처음 선수 생활 시작한 곳이 바로 한국전력이다. 팀이 지난 2008년 하반기에 KEPCO45로 창단할 때
내가 있었고 유일하게 남은 멤버가 나였다. 개인적으로 가장 오래 뛴 곳이기도 하다. 그런 한국전력은
내게 다가오는 의미가 정말 크다. 우리카드가 끝사랑이라면 한국전력이 첫사랑이다. 왜, 남자에게
첫사랑은 평생 잊지 못하는 존재라고 하지 않냐'며 잠시 눈시울을 붉혔습니다.
최석기는 지난 4일 다시 일본으로 출국하여 지도자 연수를 받습니다. 현재 그는 일본 V리그
옐로우스타즈에서 코치 생활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배구연맹(KOVO)의 해외 지도자 육성 프로젝트를
통해 기회를 잡았습니다. 지난해 10월부터 오는 4월까지 약 6개월간 일본에서 체류하는 일정이며,
사실상 한 시즌을 통으로 소화하기 때문에 한국의 배구스타가 해외에서 지도자 연수를 받는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최석기는 "좋은 지도자가 되어 한국 프로배구 V리그 코트에 돌아오겠다"고 굳게 다짐했습니다.
새해를 맞아 2024년 한 해 동안 감사했던 사람들도 떠올렸습니다. 최석기는 "감사한 사람이 이루 말할 수
없게 정말 많지만 아내에게만큼은 고맙다는 말을 꼭 먼저 전하고 싶다. 내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사람이다. 사랑하는 아들보다도 더 소중하다"며 애정을 드러냈습니다.
발리볼 대기획이 준비한 화제의 발리볼이었습니다.